몇 년 전에 집안 어른이자 우리 가족이 시골에 살 때 다니던 교회의 노전도사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충남대학 영안실로 문상을 갔다
(노전도사님은 일제 시대에 집 울안에 교회를 직접 지으시고 자신이 사역을 하다가 연세가 들자 은퇴하고, 맏아들에게 대를 물려 헌신하게 하셨다.(모두 무급으로) 그런데 맏아들도 7순이 가까워지자 노회를 통해서 젊은 전도사를 초빙하여 시무하게 하였다. 그런데 '늙을 노' 자를 더한 '노 전도사님'은 교인들이 그 젊은 전도사님과 구별하기 위한 호칭이다.)
믿는 이들이 소천하면 흔히 영정 아래 성경을 펼쳐 놓는다. 그런데 그 노전도사님의 영정 아래는 서점에서 산 가죽 성경이 아니라 노전도사님께서 직접 필사한 두툼한 성경이 놓여 있었다.
98세에 소천하신 노전도사님은 우리가 시골에 살 때나 그 이후에도 틈만 나면 성경을 쓰셨다. 성경을 써서 노전도사님의 방 한 구석에 쌓아 놓은 것을 보면 내 키보다 높으니 얼마나 많이 쓰셨는지 가히 짐작을 하고도 남는다. 물론 여러 번 버리고 다시 쌓아 놓은 것이니 그보다 몇 배가 될 것이다.
그날도 영정 앞에 헌화를 하고 그 필사본 성경에 또박또박 눌러쓴 글씨를 보다가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고향에 갈 때 문안을 드리면 으례히 편지지에 성경 구절을 써서 봉투에 넣어 주시며 "성경 말씀대로 살거라! 자나 깨나 말씀을 묵상해야 한다!" 늘 그 한 말씀을 반복하시던 그 각별한 사랑이 생각나서 더욱 가슴이 뭉클하였다. 그리고 노전도사님께서 장수한 비결은 물론 아들 사위 손자 등 직계 가족 중 목사 장로 권사가 모두 열네 명이나 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무튼 성경 쓰겠다고 해놓고는 작심3일로 포기했는데 한번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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