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대전역에서 기차를 타 본 사람은 역의 개찰구에서 그 짧은 말을, 그러나 백번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을 수 없이 반복하고 있는 한 역무원을 만났을지도...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도, 대학에 다닐 때도, 졸업하고 또 기차를 타려고 그곳을 지날 때에도 10년이 넘도록 그 자리에서 늘 밝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상냥한 어조로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 단순한 외마디로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네던 그 역무원의 한결같은 친절
하루 종일 서서 기차를 타러 나가는 승객들의 차표를 받아 가위처럼 생긴 검표기로 구멍을 뚫어 주는 단순하고 힘든 일을 10여년이 넘도록 하면서도 무엇이 그리 감사하고 즐거워 늘 웃음을 잃지 않고 목이 아프도록 그 말을 반복하는지......
10년이 넘으면 당연히 승진도 하고 편한 부서로 옮길텐데 어찌 그 힘든 일만 맡고, 그 즐거운 인삿말을 반복하는지.... 궁금한 나는 다른 역무원에게 물어보았지요.
워낙은 기차가 역에 들어오면 급히 이상유무를 점검하는 기능직이었는데...... 일을 하던 중 기차가 떠나 발목이 절단되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역 당국에서는 검표원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도록 했다고.... 학벌이 부족한 기능직 출신이라 더 이상 승진도 할 수 없어 만년 검표원이라고...
어느 교회 장로요 자식 둘이 모두 일류대학에 다닌다고.... 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했으나 살아난 게 감사하고, 계속 근무할 수 있는 것도 축복이라며 그 힘든 일을 10년이 넘도록 감당하면서도 수없이 그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사는 게 지루하고, 화가 나고 우울해질 때면 "범사에 감사하라"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고 있는 늘 그 자리에 서 있던 그분의 외마디, 감사합니다!....란 음성이 귀에 쟁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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